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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소개]
<지하실(地下室)>은 마쓰이 슈의 초기 대표작으로, 2006년에 초연되었고, 2013년과 2014년에 재공연되었다. 유기농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가게. 이곳에는 한때 깊은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보듬고 의지해가며 살아간다. 언뜻 평화롭고 질서 있는 곳으로 보이지만, 점차 은밀하면서도 괴기스러운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며 충격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다.
<지하실>은 컬트 집단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1995년 도쿄 지하철에 맹독성 사린가스를 살포한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을 연상시킨다. <지하실>이 초연되었던 2006년은 옴진리교 교주의 사형 판결에 대한 항소가 기각된 해로, 다시 한 번 그 사건이 사회적인 이목을 끌었다. ‘평범한 개인이 어쩌다 컬트 집단의 일원이 된 것일까?’ <지하실>은 그 질문의 답을 찾아 그로테스크한 작은 사회를 무대 위에 그려내었다. 이렇듯 초연 때의 <지하실>이 관망하는 입장이었다면, 3.11 대지진을 겪은 후 재공연된 <지하실>은 ‘사실 이것은 우리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재난 이후 곳곳에 드러나는 부조리와 그 부조리를 덮는 데에 급급한 모습이 어쩐지 이 기괴한 지하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 것이다.
희곡 <지하실>은 이탈리아어와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이 이야기가 국경을 넘으며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어느 공동체나 기형적인 면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암묵적으로 행하고 있는 수많은 폭력과 궤변, 방관을 밖에서 본다면, 어쩌면 우리 사회도 이 지하실처럼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시놉시스]
도쿄의 외딴곳, 고속도로 입구에 있는 작은 가게. 몸에 좋은 자연식품만을 취급하는 이곳에는 점장 아이카와와 그의 아들 모리오, 그리고 점원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실천한다. 이 가게의 주력 상품은 ‘맑은 물’로, 이 물을 만드는 사람은 모리오다. 그는 가게의 지하실을 벗어나는 일 없이 비밀스러운 작업을 이어간다. 어느 날, 한 여자가 일자리를 찾아 가게로 온다. 모리오는 그 여자와 만나며 몸의 변화를 느끼고, 더는 물을 만들지 못하게 된다. 그들의 샘이 말라버리자 공동체는 무너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