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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소개]
그레이바이실버는 자연을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막연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아서, 평소 많은 영감을 받아 온 정원사분과 동행하며 여러 생태를 관찰하였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자연 속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을 통해, 저희도 공존하는 생태의 모습을 닮아가기를, 또 그것이 우리의 음악으로 드러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소망은 평생토록 생각과 마음의 방향을 그곳으로 두어야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는 것일 것입니다.
시간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지금의 저희가 꺼내놓는 자연의 모습, 그리고 그로부터 빚어진 단상은 분명히 불완전하고 또 불안정할 것입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이 어렵지만 소중한 첫 발자국을 앞으로 걸어갈 기나긴 흙길 위에 남겨가고자 합니다.
<나무, 그리고 시간>
시드 헤드, 즉 씨앗 머리라는 요소는 민들레와 같은 익숙한 모습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꽃이 저무는 가을, 시드헤드는 썩어가는 잎사귀의 모양으로 새로운 씨앗을 땅에 떨어뜨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꽃은 죽어가는 중일까요, 아니면 태어나는 중일까요?
자연의 거대한 주기 속에서, 특히 사계라 불리는 절기의 구분 속에서, 통상적으로 봄은 시작이고 겨울은 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씨앗은 꽃을 위한 과정일 뿐일까요, 혹은 꽃 역시도 땅에 떨어질 씨앗을 위한 과정일까요?
거대한 순환 속에서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을 깨닫고 알아가기 위해, 조금이나마 더 시선을 두고 한 걸음 더 깊숙하게 들어갑니다.
모두의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도록.
2019년, 집 피아노 위에서 올곧은 모습으로 시간이 멈춰버린 화분 속 코로키아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죽음을 기다리며 노래하는 매미에게 질문을 건네보며, 새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또 숲에 필요한 것을 내어주는 죽은 나무를 어루만지며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늘 두렵지만, 온전히 우리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거대한 주제이기에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탐구해 가려고 합니다.
여정에 함께 해주실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본공연은 공연 시작 전 참여 창작진의 작품 전시가 있을 예정입니다.
*전시는 무료 관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