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
[공연소개]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쌓이고, 기록되고, 각인된다.
몸은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볼 수 있게 되고, 만지지 않아도 만질 수 있게 된다.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몸이 된다.
둔감한 몸은 결국 볼 수도, 만질 수도, 그 어느 것도 느낄 수 없다.
몸은 공허해진다. 그렇게 몸은 사라진다. 그렇게 몸들은 사라진다. 그렇게 세계는 공허해진다.
결국 2023년은 공허하다.
텅 빈 2023년, 그리고 다시 2024년을 채워나갈, 잃어버린 몸을 찾기 위한 길고 험한 여정을 떠난다.
[연출의 글]
몸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영향을 받고, 그에 맞추어 변화한다. 변화한 몸은 만지거나 보는 순간 단번에 대상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그 능력은 나의 반경 안에서만 발휘되고, 몸은 그렇게 게을러진다. 게을러진 몸에 질병이라는 낯선 자극이 들어오는 순간 비로소 몸에 쌓인 역사를 되돌아보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몸으로 향한다. 둔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떠난 길고도 험난한 여정에서 신체적 고통을 겪기도 하겠지만, 현장에서 체험한 낯선 자극은 내 것으로 체화되고, 새로운 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몸은 감각하는 몸, 성실한 몸으로서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